낯선 땅에서 일상의 행복을 찾기까지
2002년, 패기 넘치는 서른 즈음에 더 넓은 세상을 향한 꿈을 품고 낯선 땅 뉴질랜드에 발을 내디뎠다. 오클랜드 공항에 내리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청량한 공기와 낯선 풍경은 설렘과 약간의 불안감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키위’라 불리는 뉴질랜드 사람들의 여유로운 미소와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은 20대 청춘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렇게 시작된 뉴질랜드 생활은 어느덧 23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 이제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민 초기, 젊은 혈기로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뉴질랜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 속에서 농장에서 과일을 수확하기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접시를 닦으며 생활비를 벌기도 했다. 건설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기도 했고, 잠시 무역업에 발을 담그기도 했지만, 불안정한 생활 속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찾고자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버스 운전이라는 직업을 접하게 되었고, 낯선 도시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점차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는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했다. 한국과는 다른 운전 문화와 교통 규칙을 익히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동료 운전사들의 친절한 도움과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점차 익숙해져 갔다. 매일 아침, 정해진 노선을 따라 승객들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이동시키는 일은 책임감과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승객들이 “Thank you, driver!”라고 따뜻하게 인사해 줄 때면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기분을 느끼곤 했다. 물론 예측 불가능한 교통 체증이나 가끔씩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노련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주말의 힐링, 자연과 함께하는 삶
평일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은 바로 주말이다.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자연은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 주는 최고의 휴식처이자 활력소이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낚싯대를 들고 푸른 바다나 잔잔한 호수를 찾는다. 맑고 깨끗한 물속에 낚싯줄을 드리우고 기다리는 시간은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게 해주는 평화로운 순간이다. 때로는 힘찬 물고기의 입질에 온 신경이 집중되기도 하고, 때로는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직접 잡은 싱싱한 물고기로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것은 소소하지만 큰 행복이다.
낚시와 더불어 내가 즐기는 또 다른 주말 활동은 바로 골프이다. 뉴질랜드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조성된 훌륭한 골프 코스들을 자랑한다. 푸른 잔디를 밟으며 시원하게 샷을 날리는 순간의 쾌감은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시켜 준다. 함께 라운딩 하는 동료들과 나누는 유쾌한 대화와 경쟁은 삶의 활력을 더하고, 때로는 홀로 조용히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뉴질랜드의 넓고 푸른 자연 속에서 즐기는 낚시와 골프는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재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5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안정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뉴질랜드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방적인 분위기와 노력하면 기회가 주어지는 공정한 시스템 속에서 나는 버스 운전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주말마다 마음껏 즐기는 낚시와 골프는 고된 일상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2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키위 나라에서 쌓아온 소중한 경험들과 앞으로 만들어갈 행복한 추억들을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묵묵히 버스 운전대를 잡고 오클랜드의 도로를 달린다. 푸른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주말을 꿈꾸며, 키위 나라에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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